2003.11.11 포근한 지리산은 혼자가도 혼자가 아니다. --- 1부(운봉-->노고단)
11/11일 화요일 첫째날 운행기록
산행코스 ; 운봉 - 운지사 - 팔랑치 - 부운치 - 세걸산 - 고리봉 - 정령치 - 만복대 - 성삼재 - 노고단산장
산행시간 ; 05:50 ∼ 17:55
산행거리 ; 약 20㎞ ~ 25㎞ --- 정확히 기억나지 않음
자세한 일정
01:54 서대전역 출발
04:30 남원역 도착
05:15 콩나물해장국 먹고 바래봉으로...
05:40 운봉 도착
05:50 산행시작
07:15 바래봉 임도 등산로합류 --- 운지사로 오름
08:00 팔랑치
12:10 정령치휴게소 도착
13:30 출발
14:40 만복대 도착
17:00 성삼재
17:55 노고단 산장 1박
지리산 종주를 계획한것은 하루이틀의 일이 아닙니다.
어느코스를 갈지가 고민이었지...
설악산도 물론 좋지만...
워킹의 꽃이라 불리는 지리산종주가 저에겐 더 끌리거든요!!
그런데 회사업무가 저의 뜻대로 되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게 된것입니다.
본래는 10월 말을 계획하고 미리 말씀을 드렷는데도..
다음주에...또 다음주로 미뤄지며..오다만 떨어지고...
가을철 경방기간은 다가오고...
더이상 미룰수 없다는 판단하에 강력히 말씀을 드려서 겨우 허락을 받았읍니다.
허락을 받는것은 좋았는데요!!
이미 휴가철이 지나도 한참지나서 같이갈 사람이 없었구요!!
그나마 단풍철도 지나고 보니...
제 주변에서는 아무도 함께 할 사람을 구할 수 없었읍니다.
거기다 설상가상으로...
악화된 기상상황은 계속 비를 뿌리며...
풀릴줄을 모르구여!!!
"이런 날짜에 이런날씨에 이거 미친짓 하는것 아냐!!???"
"비오는 날에 평일인데...주능선도 아니고 서북능에서...나 혼자 산행 하는건 아닐까!!???"
이런저런 걱정으로 비에대한 대비에, 여벌옷에, 혹한에 대한 대비에...
점점 배낭만 빵빵해져 갔읍니다.
새벽 04:30 남원역 기차에서 발을 내딛는 순간...
내리는 등산객은 눈에 띠지 않았읍니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무너져 내리던 순간이엇죠!!
역전 개찰구를 빠져나오는데...
빵빵한 배낭을 맨 한 등산객이 눈에 띄더군요!!
저에겐 구세주와 다름 없었읍니다.
"그래 역시 나혼자는 아니다...이런 날씨에 평일인데도 역시 지리산을 향하는 열정은 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있는 사이 눈앞에서 사라진 그 등산객은 나타날 줄을 모릅니다.
"에이...어차피 혼자갈 생각이었는데...시간도 많겟다!! 걸어가자..."
터벅터벅 혼자 걸어간 남원 역전에서 터미널을 향하는 길가에는...
저혼자만은 아니었읍니다. 이런저런 사연들과 사정이 잇겟지만...오가는 분들이 눈에 띄고...
한참을 걸어가서 네거리에서 잠시 헤매고 있는사이...
한 택시기사가 정지를 하며 터미널가냐고 물으시며, 길을 알려주십니다.
그러고 얼마후...
이번에도 제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택시가 정지하며, 기사아저씨께서 저에게 말을 건네십니다.
"지리산 가시죠!! 어느코스 가세요!! 이분은 바래봉 가신답니다. 함께하셔도 좋을듯 싶은데..."
아니 이게 웬 횡재입니까!!
수철리로 방향을 잡았던것은 그곳을 꼭 가보고 싶어서가 아니었읍니다.
혼자이다보니 버스로 접근하기 좋은곳을 찾다보니 수철리였고...
할수만 있다면 그이전 서북능의 접근로도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읍니다.
아침하려고 가지고 간 김밥은 비상식으로 순간 바뀌었구요!!
택시기사아저씨가 소개해준 콩나물해장국집에서 얼큰한(실은 새벽에 고춧가루 너무 타서 속이 쓰라렷음)
해장국으로 아침을 한후...바래봉을 향했읍니다.
새벽 아직은 어둠이 지배하고 있는 시간인 05:40 바래봉입구에 도착을 했읍니다.
비는 그칠줄 모르고...어둠속에서...전 그분의 헤드렌턴에 의지하여 산을 오를수 있었읍니다.
여벌의 건전지를 가져오기는 했지만...
빵빵한 배낭에서 그 어둠속에서 저 밑에 처박혀 있는 것을 빼내기가 귀찮앗다고나 할까...
운봉을 출발하여...운지사를 거처서...
바래봉을 오르는 임도에 다다를때쯤 새벽 어스름은 걷히고...
그때까지 전 그분의 렌턴을 의지하여 걸었읍니다.
비는 그칠줄 모르고 점점 굵어지고...
바람은 불고...
체력은 점점 떨어지고...
도저히 허기가 져서 먹어야 햇읍니다.
그러나 잠시 흘러내린땀이 빗물에 씻기고 나자....
바로 밀려드는 한기!!!
도저히 추워서 더 이상 있을수 가 없더군요!!
운지사를 지난 지능선에서 한번쉬고나서는...추워서 쉴수가 없었읍니다.
참 판쵸우의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방수기능만 놓고 따진다면 제가 가지고 있는 윈드자켓보다 나은것 같았구요!!
땀이 배출되지 않는 단점이 잇기는 하지만...
오히려 운행하면 바로 몸이 데워진다는 점에서 지금처럼 쌀쌀한 날씨에서는 더 좋은것 같애요!!
팔랑치를 지나며...철쭉군락지가 지나면서...등산로는 급격히 협소해 지고...
부운치를 지나며 세동치를 향해면서는 등로는 급격히 좁아져 있었읍니다.
물론 길을 뚜렷했지만...
산죽과 이름모를 잡목들이 배낭을 잡아 끌더만요!!
체력은 떨어지고...
배낭은 밑으로 땡기고...
잡목들은 잡아 끌고.....
세동치를 지나서는 허기가져서 도저히 더이상 갈수 없어서...
역시 먹은만큼 간다는 산행격언을 다시한번 실감하게 되더군요!!
조망이 뛰어난 서북능에서 Gas로 바로 앞의 길과 표식기만을 의지해서 가야햇구요!!
계속되는 비와 바람으로 몰려오는 한기는 잠시의 휴식도 허락치 않았읍니다.
오히려 앞만보고 달리기에 좋다고나 할까!!
무의식중에 전 직진길을 향하구요!!
어김없이 등로는 현저히 희미해지고...
그럴때면 즉각적인 지적...
힘은 제가 쪼금 좋은것 같았지만!!!
경험과 판단력에서는 저보다 앞서는것 같았읍니다.
앞에서 진행하며...
두어번 엄한길로 이끌었더만...어찌나 미안한지...
세걸산을 지나서...고리봉을 향하는 길은...
지리산에서는 보기힘든 릿지길이더군요!!
그럴때 뒤에서 바람이 불었다 하면 어김없이 판초의는 넘어가고...
서로의 매무새를 고정해주며...
드디어 고리봉 대간길과 서북능이 만나는 지점도착...
드디어 정령치휴게소가 발아래 있는지점이었읍니다.
그 빗속에 완전히 우리 둘은 물에 빠진 생쥐로 보였을겁니다. 휴게소의 분들에게는...
거기다 추워서 오들오들 떠는 모습들...
따뜻한 우동으로 몸을 녹이고...
동동주 한사발을 들이키며...다시 힘을 낼수 있었읍니다.
추워서 버너피워서 몸 녹이다가 한소리 듣고 --- 가스통을 뒤집어 놓고 있었거든요!!
양말 말리다 한소리 또 듣고 --- 음식먹는 밥상에 그런것 올린다고!!
그러면서...정말로 푹쉬었읍니다.
정령치를 지나며 오름길에서야 드디어 등산객을 한분 만날수 잇었읍니다.
어찌나 반갑던지!!
그런데 사람이 참 간사해요!!
그렇게 반갑던 등산객이 단체로 오신분들임을 확인하며...줄줄히 오자...
바로 귀찮아 지던걸요!!
만복대를 향하면서도 날씨는 여전히 비와바람이 몰아치고 있었읍니다.
하긴 오전에 한때는 우박이 심하게 내려 얼굴이 따가왓던것에 비하면 조금 나아지긴 햇지만요!!
만복대에 도착해서야 전 무겁게 지고간 수동카메라를 꺼내서 증명사진한장 박았구요!!
이후에 묘봉치까지는 줄기찬 내리막길...
이후에 성삼재까지의 길에서는 그야말로 체력하고의 싸움이었읍니다.
점점 느려지는 발걸음..숨은 턱어차고...
얼마전 성삼재 다와서 서북능에서 사고를 당했다던 분들 생각도 나더군요!!
더이상 갈수 없을때에서야 간식한번 했읍니다.
성삼재에서는 수학여행을 온 고등학생들의 버스가 막 출발하고 잇더군요!!
우리도 우리지만...그 gas속에서 아무것도 볼것 없엇을 고등학생들에게
지리산은 어떤 느낌이었을지!!!
전 노고단산장까지 오르는 그 길이 그렇게 힘든지 첨 알았읍니다.
언제나 가볍게 쓍 달려가기만 햇던 그길은...
힘을 다 뺀상태에서, 돌길과 시멘트길을 한발 한발 디딜때마다 무릎에서 비명을 지르는것 같았읍니다.
한시간을 힘들게 올라선 후에야 만난 노고단산장은...
아직도 뿌연 gas속에 희미한 불빛을 바라고 있었고...
망망대해에서 만난 등대와 같은 희망을 안겨다 주었읍니다.
비록 덕두봉과 바래봉을 빼기는 햇지만...
첫번째 서북능산행에서..
초행길에...
11월의 우중길 한기는 몰려오고...
함께한 분이 있었기에 가능햇지 않았나 싶읍니다.
아마두 그분이 아니었다면 서북능산행은 불가능햇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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